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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정책과 수오지심…"100년 플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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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신문
기사입력 2021-07-14

▲ 최신형 아주경제 정치사회부장  © 간호조무사신문

 

"만들기는 쉬워도 폐지하기는 어려워." 10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범여권 유력 대선 후보였던 A는 기자들과 만나 '정책 폐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표적인 이유는 '복잡한 이해관계'였다.

 

그렇다. 복잡한 이해관계의 산물일수록 출구전략을 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먹이사슬처럼 얽힌 이해관계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막아버린다. 바꾸지 않는 현재가 자원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진 상태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킨다는 얘기다. 정책을 입안할 땐 백년대계라는 심정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단 보건의료 정책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만사 다 그렇다. 의무복무제를 경험한 한국 남성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예비군도 마찬가지다. 군사 강국과 큰 관련이 없는 예비군 제도는 19684월 창설됐다. 그해 1월 북한 무장간첩이 청와대를 습격한 일명 '김신조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3개월 만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2021년까지, 예비군 제도는 굳건하다.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만든 제도가 53년간 유지된 이유는 복잡한 이해관계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군 내부의 복잡한 사정도 있다. 예비군 장소마다 있는 식당은 대기업 프렌차이즈에 버금가는 산업이 됐다. 인근 땅의 그린벨트 문제는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각 광역자치단체의 이해관계와 묶여 있다. 인근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는 또 얼마나 고착 방정식인가. 비효율적인 예비군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다.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김대중(DJ) 정부 때인 1999년 보건의료계의 근본적 체계를 뒤흔드는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일명 '간호관리료 차등제.' 이는 간호 인력 확보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애초 정책 입안의 명분은 질 높은 간호 서비스의 제공이었다.

 

하지만 간호관리료 차등제에 간호조무사를 제외하다 보니, 의료계의 '대마불사(大馬不死·큰 말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한층 가속화됐다. 정책 시행 초기, 의료기관의 간호사 스카우트 전쟁에 간호조무사는 뒤로 밀렸다. 대규모 실업 상태로 내몰린 셈이다.

 

특히 간호관리료 차등제 도입 이후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의료계가 '승자독식 논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중소 의료기관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최하 등급으로 전락한 뒤 폐업 수순을 밟기도 했다. 이 정책의 개선 없이 보건의료 특정 직군의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정책 입안의 주목적인 의료 질 제고는커녕 상급종합병원의 집중화로, 정책 존립의 당위성마저 흔들리지 않았나.

 

내년 39일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무오류하다'는 은폐형이 아닌 개방형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맹자(孟子, BC 371)는 사단설(四端說)에서 인의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중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시비지심(是非之心·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다. 졸속 정책은 하루빨리 수정하고 백년대계의 심정으로 정책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지도자가 보이는가. 없다면 요구해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는 또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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